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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9 21:13

『이창호의 不得貪勝』, 이창호



이창호의 부득탐승

저자
이창호 지음
출판사
라이프맵 | 2011-08-3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바둑의 신’ 이창호가 밝히는 바둑 철학수십 년간 전 세계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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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꾸밈이 많다. 불필요한 인용을 통해 교훈을 던지려한다. 이창호가 쓴 거 같지가 않다. 손종주라는 기자(?)가 정리했다는데 그 탓일까. 아니면 본인이 ‘씹어 먹듯’ 독서를 즐긴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것일까. 그래도,
책은 재밌다. 퇴근하고 두어시간만에 읽어재꼈다. 조훈현 사부와의 이야기, 신라면배 에피소드 등 이미 아는 이야기들이 다수였지만 이창호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이야기는 뭔가 신비롭게 느껴졌다.

2.
절대강자의 아우라 탓도 있겠지만 분명 이창호의 바둑은 매력적이다. 싸움을 피하고 정확한 수읽기와 형세판단으로 승리를 확정지어가는 그의 바둑.

내제자 시절 나는 100번 중에 한 번이라도 역전당할 가능성이 있으면 그 판을 크게 이길 수 있어도 그 수를 두지 않았다. 한번은 선생님이 “왜 그 수를 두지 않았냐”고 물었다. 나는 “이 길로 가면 100번 중의 100번을 반집이라도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서른을 넘어서일까. 이세돌 바둑식으로 사는 것보다 이창호 바둑식으로 사는 게 끌리는 것은.

3.
이창호 식으로 바둑을 두면서 승리하려면 정확한 수읽기와 형세판단 능력이 밑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건 순전히 두뇌회전과 감각에 달린 문제인데, 확실히 마흔을 행해 달려가는 이창호의 능력은 점차 퇴화하는 것 같다. 그도 토로하듯 바둑천재들의 기량은 이십대 초반에 극을 이루고 이후에는 쇠퇴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티비를 통해 이창호의 잦은 패배를 접하며, 난국 앞에서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난감해하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를 응원하는 내 맘은 서글퍼진다. 수도사같은 침묵을 깨고 이렇게 자서전 비스무리한 게 출판되는 것도 따지고보면 무관(無冠)이 되어버린 오늘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아닌가. 그래서 돈주고 책을 사서 읽으면서도 슬프다.

4.

아무튼 우리는 대국 전날 공부방에 들어가 기보를 놓아볼 때를 제외하고는 TV도 같이 보고 독서도 같이 하고 일본 대지진, 희망버스, 평창 동계올림픽 같은 일상의 화제로 대화도 하고 산책도 같이 다닌다.

일본대지진, 평창올림픽을 뭐 그렇고, 이창호가 희망버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건 정말 궁금하다.

(2011년 9월 18일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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