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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의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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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2012/04/26 16:32

지하철에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선잠이 들었다가 ‘죽음’이 생각나 번뜩 깼다.

가슴이 툭 ― 하고 어둠 속 동굴 안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차단, 끝, 無, 공포. 

무서웠다. 영혼도, 내세도, 윤회도 믿지 않기에 더욱 무서웠다. 

죽음이 이렇게 무서웠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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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2012/04/13 09:21

보물찾기


혹시나 해서 이글루스에 갔다가 예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다 흔적없이 지우고 싶던 것들인데, 그래서 미련없이 delete 버튼을 눌렀던 것들인데
막상 이렇게 찾으니 보물을 발견한 듯한 심정이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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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2012/04/12 09:32

멘붕

"그 시대의 주류 이데올로기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다."
어제 다시 한 번 느꼈다. 너무나 견고한 성. 그 성을 쌓는 사람은 성주가 아니라 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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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2012/04/05 16:29

하루의 시작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깬다. 바닥을 손으로 쓸어 리모컨을 찾는다. 티비를 켜고 담배를 입에 문다. 담배 한 대를 다 태울 동안 멍하니 ytn 뉴스 화면을 쳐다본다. 뉴스채널에 광고가 시작되면 욕실로 들어가 씻는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하나.'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셔틀을 타고 회사로 가는 1시간 반 동안 계속해서 생각한다. '아, 힘들다. 내 인생은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나.' 

그런데, 신기하게도 회사정문을 통과한 후 흡연구역으로 들어가 담배를 다시 피울 때가 되면, 사무실로 들어가 내 책상 위 노트북을 켤 때가 되면, 슬리퍼를 갈아신고 내 텀블러에 정수기의 물을 받으러 갈 때면, '그래도, 내 주제에 이만하면 된 거 아닌가.' 하는 자족감이라고 할까, 안도감이라고 할까, 여튼 그런 생각에 하루 업무를 꽤나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다.

체념일까. 자기위안일까. 
나이를 먹어서 사람이 변하는 건지, 나이를 먹어도 사람은 변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요즘 많이 부쩍 변해가는 것 같다.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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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2012/03/27 11:55

오늘의 잡생각

스무 살에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마흔 살이 되어서도 사회주의자라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

이 말을 백남준이 인용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아닌 것 같군. 어쨌든 이 격언(?)에 대해 어렸을 때는 ‘어마어마한’ 거부감을, 지금은 ‘어마한’ 거부감을 느끼는데, 그래도 일단 이 말이 사람들 사이에 유명해지고 널리 사용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

예전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생각했다. 스무 살까지는 현실을 모르고 날뛰지만 마흔 살까지 20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세상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지. 인간이 그리 완벽한 동물이 아니며, 머릿속 이념을 발아래 현실로 만드는 일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마흔 즈음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지금은 여기에다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스무 살에는 살날이 많이 남아있어서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마흔이 되면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냥 살기에도 벅차다는 이유를 말이다. 어차피 쫑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바꾸고 자시고가 뭐 중요한 일이겠는가. 

하여 이런 생각도 가능. 만약 인간의 기대수명이 지금보다 약 2배쯤 늘어나 150살이 되면 세상은 좀 더 ‘혁명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수명이 늘어나 사회적으로 노동해야할 시간이 2.5배쯤 늘어나게 되면 다수의 사람들이 '그냥 이렇게 살다 가지'가 아니라 '갈아엎고 다시 세우자!'로 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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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2012/03/26 14:35

슬럼프


기억하라,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폴 발레리 

김영하의 『빛의 제국』의 카피로 인용된 문장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래, 항상 생각하면서 정신 차리고 세상을 살아야겠구나.” 하는, 아주 기특한 마음을 먹게 해주는 말이었는데,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개쓰레기에, 몹쓸 것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형편없는 것이라면, 
아니 그것보다,
거대한 세계 앞에 한없이 초라한 유한존재ㅡ인간이기에,
어차피 생각한 대로 사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면,
그냥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패배할 운명이라면 용쓰는 게 더 비참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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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2012/03/08 16:59

For more creativity, Raise the roof!


내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FTA 관련 교육에 다녀왔다. 신규업무라 책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고, 회사라는 조직답게 아무도 앞장서는 사람이 없는 관계로 결국 회사 최고의 브레인이라 불리는 내가 가게 된 것이다. 뭐, 회사 밖으로 일찍 나가는 건 언제나 땡큐지만, 이건 교육장소도 너무 멀고(가는 데만 두 시간 반), 너무 늦게 끝나(6시)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참석. ‘책이나 읽을까? 아니면 한숨 잘까?’ 요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막상 교육이 시작되니 웬걸, 너무너무너무 재미가 있는 것이다. 내가 전혀 몰랐던 걸 배워서 그런지, 강사의 능력이 출중해서 그런지, 관세사 한명이 나와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지극히 평범한 형식의 교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 최근 10년 동안 내가 들은 교육, 수업, 강연 중에 제일 재밌었다. 역시 나는 일하는 것보다 배우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하루.

*
이 교육 중 하나.



요 사진 속 자전거는 국제 발명품 대회 <Innovate or Die>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그냥 평범한 자전거처럼 보이지만 사실 요놈의 종특은 바로 ‘정수’ 기능.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 사는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출발한 이 제품은 자전거 안 탱크에 물을 싣고 페달을 밟으면 그 힘을 이용해 정수효과를 얻게끔 설계된 것이다. 오, 그래 이런 게 디자인이지. 근데 이런 건 <지식채널 e>에서 배우면 되는 내용. 정작 이 교육에서 다루는 건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FTA와 관세, 무역이다. 여기서 강사가 질문을 던졌다. “만약 당신이 이 제품을 수입신고한다고 했을 때 품목분류를 자전거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정수기로 해야 하는가? 정수기의 관세율을 5%, 자전거의 관세율은 8%다. 과연 이 제품을 자전거로 봐야 하나, 정수기로 봐야 하나?”

비슷한 질문을 계속 이어졌다. 면50%, 폴리에스테르50%로 구성된 옷의 경우 ‘면직물’로 봐야 하는가 ‘인조필라멘트섬유’로 봐야 하는가? 복합기는 주기능을 프린터로 봐야 하나, 복사기로 봐야 하나? 가정용 월풀은 ‘플라스틱제 용기’에 해당하는가, ‘마사지용 기기’에 해당하는가? 등등. 요런 알쏭달쏭한 사례들을 가지고 FTA와 같은 국제무역에서 어떻게 기준이 마련되고 상호간에 조정조율이 이루어지는지 설명을 듣자니 ‘오, 요거 한번 배워보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각만. 

**
교육 중 또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하나.
 


요 사람의 이름은 Jonas Salk. 1914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의사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사람이다. 1950년대 초까지만 해도 소아마비에 대한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어 많은 아이들이 사지마비가 되거나 심한 경우 목숨을 잃었는데 그 백신을 이 Jonas Salk란 과학자가 개발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과학자로서 대단한 일인데 더 장하게도 Jonas Salk는 이 소아마비 백신에 특허권을 청구하지 않고 사회에 오픈, 인류공동의 재산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소아마비 백신은 저가로 공급될 수 있었고, 저소득빈민들도 큰 혜택을 입을 수 있었다. 숭고하도다, 이 박애정신. (이 부분에서 강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근데 우리나라 기업들 봐요. ‘개같은’ 핸드폰 하나 만들어놓고 그걸로 돈 벌려고 핸드폰 요금 받아쳐먹는 꼬라지보면, 휴. 전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처럼 통신비 요금 비싼 나라가 없어요. 정치인들은 뭐하나 몰라.” 이상 정확한 워딩이다.)
역시 여기까지는 <지식채널 e>에 실릴 내용. 내게 더 재밌었던 것은 <Jonas Salk Institute>. Jonas Salk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정부(?)에서 Jonas Salk 연구센터 건립을 추진하게 되면서, 혹시나 센터건립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원하는 바가 있는지 Jonas Salk에게 물어본다. Jonas Salk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소아마비 백신 연구가 계속해서 실패하고, 더 이상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을 때, 영국으로 여행을 갔다. 여행 도중 성당에서 답답한 마음에 바닥에 누워 천정을 보는데 뭔가 ‘휙’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백신을 만들 수 있었다.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 영국성당의 높은 천정이 내 창의력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내 이름의 연구센터에 바라는 점은 단 하나. 건물의 층높이를 아주 높게 만들어달라.”
 
그의 뜻을 받들어 지어진 건물이 

그 후 이런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2.45m 이상의 층높이를 가진 공간 안에 있을 때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공간에 있을 때보다 창의적이 된다. For more creativity, Raise the roof!” 지금 사무실에 와서 높이를 대충 재보니 썅, 2.45m 미만이다. 나는 남들보다 키가 커서 최소 3m는 되어야 환상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할 것 같은데, 내 사무실도, 내 방도 협조를 안 해준다. 내 창의력이 여기 갇혀 질식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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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s Salk
낙서 2012/03/05 09:46

저녁 6시 중천의 상현달


*
삼일절날. 후배 하나 밥 사주려고 저녁에 만났다. 식당가를 돌아다니다가 밥 먹기 전에 담배 하나 피자 싶어 골목 구석으로 들어가면서 무심코 하늘을 봤는데 어랍쇼,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 6시 즈음이었다. 후배에게 말했다. 
“야, 무슨 달이 벌써 중천에 떠 있냐?” 
공학사인 나보다 과학을 많이 아는 후배놈이 대답했다. 
“형, 상현달은 원래 이 시간에 달이 중천에 가 있어요. 보름달은 자정에, 하현달은 새벽에 있구요.” 
“그래? 신기한데. 근데 왜 그런거야?” 
“그거 다 고등학교 지구과학에 나오는 내용이잖아요. 상식이에요. 달의 공전과 지구의 자전 뭐 등등.” 
“지구과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마 그때는 알았는데 까먹었나 보다.”
담배를 나눠 피고 밥을 먹었다.
후배랑 헤어진 후 집으로 오는데 계속 그 달이 생각났다. 
저녁 6시에 중천에 떠있던 상현달.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항상 스스로를 어린 나이라고 생각해왔다. 아직 인생의 황금기가 오지 않았다고 믿었고,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많은, 가진 것보다 가질 것이 많은 상태라고 여겼다. 때로는 좌절감을 맛보면서도 지금은 준비기, 태동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고, 미성숙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앞으로 더 발전될 미래를 생각하며 기대를 품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6시 중천에 떠 있던 달을 본 이후 달을 쳐다볼 때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중천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슬픔이 몰려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길 마흔, 쉰에 인생의 정점을 찍는다지만 그건 보름달 인생들의 이야기일 뿐, 내 인생도 그들처럼 보름달일 거라는 증거는 없다. 내 것은 상현달이어서 남은 내 인생이 앞으로 떨어질 일 밖에 없는 것이지는 않을까?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지금 요모양, 요꼴이라면 이건 너무 억울한 일 아닌가? 혹시나 초승달 인생이어서 이미 오래전에 인생의 정점을 찍은 후 이제는 쇠락의 궤도에 올라 남은 것은 템포를 맞추며 연착륙하는 일뿐이라면 이를 어쩌나, 서글퍼서 어쩌나.

***
이번 주에 만31세가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릴없이 나이만 먹는다는 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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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2012/01/31 17:34

이건 가야겠는데...?




타이밍도 좋다. 돈 좀 남는다 싶으니까 이 때다 싶어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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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2012/01/25 09:18

과세, 소득과 비용


직장인의 신분으로 설을 쇠러 고향에 다녀온 것은 이번이 처음. 돈을 물 쓰듯 하고 돌아왔다. 폼 잡고 올라오면서 몇 가지 구체적인 결심을 하긴 했는데, 결심의 내용과는 정반대로, 
초연해질지어다. 비교하지 말지어다. 스스로에게 당당해질지어다.
어쨌든 당분간은 또 긴축재정. 날 풀리면 계획 실행 착수. 좀 더 계획적으로, 부지런하게 살아야한다.

변화 하나. 해외아동 한명을 후원하기로 한 것. 이렇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뭐. 나쁜 일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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