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영화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리스에는 영화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프랑스에 가서 공부하였다. 그가 입학한 학교는 프랑스 고등영화연구소IDHEC(지금의 페미스FEMIS)였다. 이 학교는 입학 자격 요건도 까다롭지만 교과 과정도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학교를 다닌 많은 감독들이 퇴학을 당하거나 중퇴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이다. 앙겔로풀로스는 ‘고전 영화 스타일’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이 수업은 고전 영화의 문법에 관한 과정으로 투 쇼트나 상상선, 쇼트―상대 쇼트 나누기로 콘티를 구성하는 시간이었다. 시나리오를 나눠주고 과제로 그다음 주까지 콘티를 작성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앙겔로풀로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방식으로 주어진 시나리오의 등장인물을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고전 영화에는 존 포드만이 아니라 오선 웰스의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서 주인공을 가운데 세워 놓고 카메라가 360도 회전 트래킹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콘티를 구성했다. 그 콘티를 보고 지도 교수는 앙겔로풀로스를 불렀다. “자네는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하나?” 앙겔로풀로스는 대답했다. “꼭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교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자네의 천재성은 그리스에나 가서 뽐내 보이게.” 이 말은 학교를 떠나라는 뜻이었다. 앙겔로풀로스는 대답했다. “그리스에서도 그러고 싶지만 파리에서도 그걸 인정받고 싶습니다.” 사실 선생과 학생의 대화가 여기에 이르면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선생은 간단하게 말했다. “만일 학교에서 요구하는 대로 다시 콘티를 짜지 않으면 자네는 학교 바깥에서 자네가 하고 싶은 대로 영화를 하게나.” 앙겔로풀로스는 집에 돌아와서 밤새 고민했다고 한다. 새벽이 올 때쯤 자신에게 질문했다. “나는 영화를 원한다. 하지만 영화는 나를 원하는가?” 그리고 자신에게 대답했다. 자신이 영화를 새롭게 만들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영화가 새로운 영화를 위한 하나의 점을 찍을 수 있다고 그 자신에게 다짐을 했다. 그는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서 자퇴 원서를 내고 그리스로 돌아갔다.
―정성일, 정우열, 2010,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바다출판사, pp.419-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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